미하일 바흐찐의 프로이트주의 비판 -저서 『프로이트주의』(1927)

 서론

 러시아 철학자이자 문학이론가인 미하일 바흐찐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그의 비판적인 견해는 저서 프로이트주의(1927)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며, 그는 인간의 심리가 개인 내면의 성적 충동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을 무의식과 성적 본능의 작용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바흐찐은 이러한 접근이 사회적·역사적 요인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비판한 것이다.

본 글에서는 바흐찐이 누구인지, 그의 주요 이론을 살펴보고, 프로이트주의에서 제시된 프로이트주의 비판을 정리하고자 한다.


 미하일 바흐찐은 누구인가?

 미하일 바흐찐(1895~1975)은 러시아의 철학자이자 문학 이론가로, 언어와 인간 존재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려고 한 사상가이다. 그는 인간의 삶과 언어, 문학이 타인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형성한다고 보았으며, 이는 그의 대표적인 개념들에서 잘 드러난다.

 1) 대화주의(Dialogism) 모든 언어와 의미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상호작용한다.

 2) 카니발리즘(Carnivalism) 권위적인 질서를 전복하고 자유롭고 풍자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3) 폴리포니(Polyphony, 다성성) 문학 작품에서 다양한 목소리(관점)가 공존하며 독립적으로 표현되는 현상이다.

 4) 이중적 담론(Double-voiced Discourse) 하나의 언어 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작용하는 현상이다.

 바흐찐의 사상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며, 의미 또한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프로이트의 개인 내면 중심 심리 이론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바흐찐의 프로이트주의에서의 프로이트 비판

 바흐찐은 프로이트주의(1927)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철저히 비판하며, 정신분석학이 가진 과학적 한계와 사회적 맥락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적한다. 그의 주요 비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은 사회적 요소를 배제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무의식과 성적 충동으로만 설명하려 했다. 다시 말해 프로이트는 인간을 개별적인 생물학적 존재로 보고, 성적 본능만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바흐찐은 이에 대해 인간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와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며, 계급, 문화, 시대적 배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인간을 성욕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다. 인간은 사회와 문화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는 존재이며, 성적 충동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역사적 조건이 심리 형성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로이트의 방법론은 주관적이고 비과학적이다.

 바흐찐은 프로이트주의가 자기 관찰(introspection)과 자유연상(free association) 같은 주관적인 방법론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프로이트는 환자의 무의식을 해석할 때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방식을 사용했다. 프로이트의 방법은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심리학적 연구 방법론과 거리가 멀다. 만약 심리학이 과학이라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객관적으로 연구되어야 하며, 사회적 행동을 분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의식 개념은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인간 심리의 핵심으로 보고, 이를 억압된 성적 충동이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바흐찐은 사회적, 역사적 요인이 배제된 무의식 개념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인간의 심리는 사회적 언어, 역사적 경험,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인간 심리의 근본을 무의식적 욕망에서 찾았지만, 실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간과했는 것이다.

예술과 문화 창조를 무의식으로만 설명하는 한계

프로이트는 예술과 문화 창조가 억압된 욕망의 표현이라고 보았지만, 바흐찐은 이를 단순한 무의식적 현상으로 환원하는 것은 문화의 사회적 맥락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학, 예술, 철학은 개인 심리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적 담론과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프로이트의 이론은 예술을 개인의 내적 갈등의 산물로 보지만, 바흐찐은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본 것이다.

결론

미하일 바흐찐은 프로이트의 심리학이 사회적 요소를 무시하고,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무의식과 성적 충동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인간 심리를 이해하려면 사회적 맥락, 역사적 흐름,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바흐찐의 비판은 심리학이 단순히 개인 내면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와 언어적 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오늘날 심리학과 인문학에서 여전히 중요한 논의로 남아 있으며,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현대적 비판과도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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