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으로 병든 한국 사회
2025년 현재, 한국 사회는 무속 신앙이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깊숙이 침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국 단위의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정치적 대혼란이 발생했다. 이후 국회가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탄핵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국 사회는 극도의 불확실성과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국가의 최고 권력이 무속 신앙과 결탁했으며, 심지어 계엄령 구상 과정에도 무속인이 개입했다는 점이다. ‘천공’, ‘건진법사’, ‘명태륜 미륵’, ‘노보살’, ‘비단 아씨’ 등 정치권과 밀착한 무속인의 이름이 연이어 거론되면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속 신앙이 개입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정치권만의 일이 아니다. 기업, 상류층, 일반 국민까지도 무속 신앙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무속인은 약 80만 명 이상이며, 신당을 운영하는 무속인은 40만~60만 명에 달한다.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9,391개, 종사자는 1만 194명으로 2년 전에 비해 각각 5% 증가했다. 또한, 무종교인의 40%가 지난 1년간 사주나 타로 등 무속 행위를 경험했으며, 이는 조사 대상국 중 압도적 1위라는 통계도 있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극심한 가운데, 사람들은 점괘를 보고, 굿을 하며, 신탁을 받으며 미래를 점치고 있으며, 무속 신앙이 종교의 자리를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무속 신앙이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더욱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상류층일수록 무속 신앙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사옥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무당을 부르는 AI 기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사업 실패를 두려워하는 자영업자와 기업인들은 신령의 도움을 받기 위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굿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하는 기업조차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속을 참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고 있으며,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 역시 자신의 운명을 점치고 굿을 의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왜 한국 사회에서 무속 신앙이 이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는가? 이는 단순한 문화적 전통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 구조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정신분석학의 이론을 통해 한국 무속 신앙의 심리적 기제를 분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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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파묘'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 본 한국 무속 신앙
불확실성과 불안 – 무속 신앙은 심리적 방어 기제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이 무의식(Unconscious)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은 인간에게 극심한 불안을 유발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간은 초월적 존재를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위기로 인해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태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이 불안정하고, 선거를 앞두고 표심이 요동치며, 기업들은 경기 침체와 국제 경제 변화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일반 국민들 또한 취업난, 물가 상승,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위험을 피하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현대 과학과 경제 시스템으로도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기에, 무속 신앙이라는 초월적 믿음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게 된다.
부모적 권위의 대체 – 무속인은 심리적 보호자의 역할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가졌던 강력한 애착과 두려움을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대상에게 투영한다. 무속 신앙에서도 이러한 심리가 작용한다.
무속 신앙에서 무당은 신과 소통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운명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며,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과 같은 심리적 구조를 가진다. 정치 지도자, 기업인, 일반 국민 모두가 강력한 권위자의 역할을 대신할 존재를 찾고 있으며, 무속인이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상류층이 무속인을 찾는 이유는 강력한 지도자나 보호자가 되어 줄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신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작동하며, 무속은 부모적 권위를 대신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강박적 신경증 – "이걸 안 하면 불행해진다"는 믿음
프로이트는 강박적 신경증(Obsessive Neurosis)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한 의례적 행동을 반복한다고 했다. 무속 신앙에서도 이러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신령을 모시지 않으면 사업이 망한다.", "굿을 하지 않으면 가족이 병에 걸린다.", "치성을 올리지 않으면 선거에서 패배한다."와 같은 믿음은 심리적 강박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상류층일수록 더 많은 것을 가졌기 때문에, 잃을 것이 많아 불안이 더 크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욱 강박적으로 무속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무속 신앙은 인간 심리의 필연적 결과인가?
2025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무속 신앙은 단순한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불안의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무속 신앙이 정치권과 결탁하면서 민주주의적 가치와 합리적 사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무속이 불안을 해소하는 기능을 하더라도, 맹목적인 믿음은 위험하다. 교육을 통해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 방식을 장려해야 하며, 정치적·경제적 불안이 줄어들면 무속 신앙 의존도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다.
무속 신앙이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결속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것이 개인과 사회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까지 간다면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결국, 한국 사회는 지금 무속 신앙이 민주주의와 이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사고의 확산과 사회적 안정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