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탄핵 지연과 한국 관료사회의 구조적 문제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 논의, 권력기관 간의 갈등, 개혁 법안의 무산 등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배경에는 단순한 정당 간 대립이나 정치적 실책만이 아닌, 제도 속에 숨겨진 구조적 결함과 관료 엘리트의 폐쇄적 권력 작동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Levitsky, S와 Ziblatt, D의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Tyranny of the Minority)는 미국 정치의 위기를 구조적 시각에서 조망하며, 소수가 법과 제도의 틈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장악하는 방식을 상세히 분석한다. 이 서적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탄핵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원인과, 관료사회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관료사회가 형성한 '악의 카르텔'의 실체를 드러내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의 핵심 내용

이 서적은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헌법과 제도 설계의 구조적 결함에서 찾는다. 특히, 상원의 불균형한 대표성, 선거인단 제도, 연방대법관의 종신임명제 등은 다수의 민의를 왜곡하고 소수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제도들이 과거에는 다수의 전횡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으나, 현재는 소수의 독점적 지배를 가능케 하는 반민주적 구조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공화당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제도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며 반민주적 전략을 강화해 왔다. 법의 틈새를 이용한 권력 유지, 선거구 조작, 법원 장악, 문화전쟁의 도구화 등은 모두 소수가 다수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이 책은 민주주의가 단순한 절차가 아닌 문화와 제도 전반의 합리적 설계와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3. 한국 관료사회와 민주주의의 후퇴

  한국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관료 엘리트가 정책 결정과 집행을 좌우하고 있다. 탄핵이 정치적, 법적 절차에 따라 지연된 근본 원인 역시 이들과 관련이 깊다. 관료사회는 제도의 빈틈을 활용하여 개혁을 무력화하거나 지연시키며, 자기보존을 위한 네트워크를 유지한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더라도, 사법부와 행정부 내 고위 관료층은 법적 검토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거나 지연시키는 방식을 그들은 택한다. 이는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에서 제시된 법을 이용한 비민주적 통치 전략과 일치한다. 관료는 겉으로는 법과 절차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왜곡하거나 차단함으로써 다수 시민의 의사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또한, 한국의 관료사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특정 정파나 보수 이념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해석하거나 행정절차를 운영한다. 이는 미국 공화당이 문화적 다양성과 시대적 변화에 저항하며 권력을 유지하는 전략과 유사하다. 한국 관료사회는 특정 기득권 집단과 결합하여 일종의 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인 시민 대표성과 권력의 책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4. 권력 분산과 시민 통제의 제도화

관료 엘리트의 폐쇄적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상징적 개혁이 아닌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다음은 그 실천 방안이다.

첫째,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 이제까지 검찰은 특정 사건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권력을 유지해 왔다. 이 폐단을 막는 방법은 지금까지와 달리 검찰이 지녔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독립된 공소기구가 맡도록 분산함으로써, 권력기관 간 상호견제가 가능하도록 한다.

둘째, 공수처 기능 강화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수사권과 인적·물적 자원을 확대하여, 검찰·판사·고위직 공무원 등 권력층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가 가능하도록 한다. 공수처의 독립성과 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셋째, 행정기관에 대한 실질적 감사 체계 강화해야 한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시민감사청구제의 활성화, 국회 및 지방의회의 행정조사권 실질화 등을 통해 관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

넷째, 주민소환제의 전면 확대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뿐 아니라 시·도 교육감, 기초·광역의원까지 주민소환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하여 실질적인 시민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다섯째, 인사청문 절차의 강화해야 한다. 고위직 공무원 임명 시 국회의 청문 절차를 강화하고, 형식적 검증이 아니라 정책 능력과 도덕성을 모두 평가하는 실질적 검증을 제도화한다. 일곱째, 국민참여 정책결정 시스템 도입해야 한다. 예산 편성과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참여 예산제’, ‘정책 시민배심제를 도입하여, 행정 결정의 폐쇄성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정보공개 및 내부고발자 보호법 강화해야 한다. 행정의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 및 보상체계를 정비하여, 내부 감시 시스템을 활성화한다.

이러한 제도들은 단순히 형식을 갖춘 민주주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민의 뜻이 정책과 제도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5. 시민이 권력을 감시하지 않으면, 권력은 시민을 지배한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무력화시키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 관료사회는 이러한 구조적 독점의 전형으로, 제도의 명분 아래 실질 권력을 장악하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제도의 외형이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시민의 감시로 유지되는 정치 시스템이다. 이제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제도화되지 않는 한, 권력은 언제든지 또 다른 카르텔로 귀결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 제도 개혁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