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정동(Affect) 이론과 사회적 변화

  정동(Affect) 이론은 현대 철학과 사회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브라이언 마수미(Brian Massumi)는 정동을 감정(Emotion)과 구별되는 신체적, 비언어적, 관계적인 흐름으로 설명하며, 정동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확산되며 집단적 행동을 유발하는 힘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동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는 기존의 논리적·이성적 사고보다 더 직접적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마수미의 정동(Affect) 개념은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경험을 넘어서 대중운동과 정치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마수미의 정동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후,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인 2016-2017년 촛불집회를 사례로 들어 정동 이론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또한, 마수미의 이론이 현실 사회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지는 한계점을 논의함으로써, 정동 개념이 사회 변화를 분석하는 이론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마수미의 정동(Affect) 개념: 감정과의 차별성

  마수미의 정동 개념은 기존의 감정 이론과 차별되며, 감정이 개념적으로 인지된 경험이라면 정동은 인지 이전의 신체적 반응과 흐름을 의미한다. 그는 정동을 개념화되지 않은 신체적 경험으로 정의하며, 우리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전 단계에서 경험하는 감각적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공포 영화를 볼 때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며 신체적으로 움츠러드는 것은 정동적인 반응이다. 이러한 반응은 아직 공포라고 개념화되기 전의 상태이며, 신체적 감각이 즉각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또한, 정동은 관계적이며 전염성이 강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타인과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확산된다.

  군중 속에서 특정한 분위기가 퍼지는 현상이나, 스포츠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관중들의 흥분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정동의 전염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집단적 정동은 특정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수미는 정동이 단순한 신체적 반응을 넘어서 사회적·정치적 힘과 연결된다고 보았으며,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서 대중이 공통된 정동적 반응을 보이며 집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정동은 정치적 움직임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논리적, 이성적 사고보다 더 직접적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정동이론을 개괄적으로 알고싶으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정동의 사회적 발현: 2016-2017년 촛불집회 사례

  마수미의 정동 개념을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6-2017년 대한민국의 촛불집회이다. 이 사건에서 정동은 개인의 신체적 반응에서 시작하여 집단적 행동으로 확산되며, 최종적으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낸 과정을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들은 분노와 좌절을 느꼈다. 하지만 이 분노는 단순한 개념적 인지가 아니라, 신체적이고 정동적인 경험으로 먼저 나타났다. 뉴스를 보고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SNS를 통해 분노를 공유하면서 심리적으로 동요되는 등의 반응이 그 예시이다. 이러한 정동적 반응은 즉각적이며,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전염되었다.

  정동은 관계적이기 때문에 집회 현장에서 개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우리가 함께라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감각을 공유했다.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단순한 의식적 행동이 아니라, 집단적 정동이 퍼져나가는 과정이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개별적인 분노가 집단적 힘으로 변환되었고, 이는 대중운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결국, 정동적 흐름은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졌다. 촛불집회의 경우,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신체적으로 경험한 정동이 조직화되며 정치적 요구로 발전했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정치적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는 마수미가 주장한 정동이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마수미 정동 이론의 한계: 언어와 개념화의 필요성

  마수미의 정동 개념은 사회적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한계를 지닌다. 첫째, 그는 정동을 언어적 개념화 이전의 신체적 흐름으로 보았으나, 실제로 사회적 변화는 정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촛불집회에서도 단순한 정동적 반응만이 아니라, 정확한 정치적 요구(탄핵, 민주주의 회복 등)가 개념적으로 정리되었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했다. 단순한 분노와 집단적 열정만으로는 체계적인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반드시 언어적 논의와 제도적 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

  둘째, 마수미는 정동이 사회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모든 정동이 정치적 행동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정동(스트레스, 불안 등)이 반드시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촛불집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동뿐만 아니라, 제도적 논의(국회 탄핵 절차), 조직적 전략(시민단체의 역할) 등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셋째, 마수미의 정동 개념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구체적인 사회적 분석에 적용할 때 다소 모호할 수 있다. 정동이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될 경우, 기존 사회과학적 분석(정치학, 사회학)보다 더 효과적인 설명을 제공하는지 불분명해진다. 따라서 정동 개념이 사회 변화 분석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정동과 감정, 그리고 언어적 개념화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론: 정동 이론과 사회 변화의 상호작용

  마수미의 정동 개념은 신체적이고 언어 이전적인 감각적 흐름으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촛불집회 사례를 통해 정동이 어떻게 집단적 공명을 형성하며 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동이 단순한 신체적 반응을 넘어서 실제 정치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언어적 개념화, 조직적 전략, 제도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정동 이론은 사회적 움직임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이지만, 단독적인 이론으로 모든 사회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동 개념을 기존의 사회과학적 분석과 결합하여 적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연구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