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정치는 국가와 사회를 운영하는 기본적인 장치이지만,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벤 안셀의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는 이러한 실패의 근본 원인을 정치 체제 자체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그는 특히 인간의 이기심과 이에 따른 가치 갈등이 민주주의를 포함한 정치 체제가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 정치 현실을 살펴보면 기득권층과 일반 국민 간의 갈등, 정파적 대립, 사회적 양극화 등 다양한 문제가 이러한 가치 충돌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주요 문제들을 인간의 이기심과 가치 갈등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민주주의의 함정과 한국의 정치 갈등 

  벤 안셀은 민주주의가 다양한 정치 세력의 조율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체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단기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정치인은 인기 있는 공약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인 정책 개선보다는 단기적인 지지율 상승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포퓰리즘적 공약과 정당 간 극단적 대립은 장기적인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정치 구조는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권력 유지를 위한 정쟁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경제적 불평등과 기득권의 저항

  한국 사회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려는 시도는 기득권층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다. 벤 안셀은 평등을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기득권층이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한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도 재벌 개혁, 부동산 정책, 조세 개혁 등의 시도가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기존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부유층과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막기 위해 로비 활동을 강화하며, 정치인들은 선거 자금과 지지를 얻기 위해 이를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은 시행되기도 전에 좌초되거나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는 법인세, 종부세, 상속세 등의 세율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기업과 중산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추진되었지만, 반면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고소득층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라며 반발했으며, 반대로 국민의힘은 기업 투자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어떻게 가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수입이 법인세 수입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개인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근로소득세는 역대 최대치인 61조 원을 기록한 반면, 법인세 수입은 62조 5000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법인세 감소는 경기 악화와 기업 실적 부진 때문으로 분석되며, 특히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세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조세 부담을 회피하면서 결국 개인 근로소득세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세 정책의 변화는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기업과 일반 국민 간의 부담 격차를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대의 약화와 정치적 양극화

 한국 사회에서 연대는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벤 안셀은 사회적 연대가 유지되려면 다양한 계층과 집단 간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연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국 정치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와 언론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타협과 합의가 어려워지고, 정치적 논쟁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극단적 대립은 합리적 정책 결정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 문화로 이어진다.


결론

 한국 정치의 실패 원인은 인간의 이기심과 가치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세제 개편 논쟁과 비상계엄 선포 사건은 이러한 갈등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조세 정책의 변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근로소득세 부담이 증가하고 법인세 수입이 감소하는 현실은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과 더불어 시민의 정치적 참여 확대, 사회적 연대 강화, 정책의 장기적 시각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이기심이 아닌 공동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정치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한국 정치는 보다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